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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전당 고학찬 사장 28년 만의 연임“밥먹듯 문화향유 가깝게”
예술의전당 고학찬 사장 28년 만의 연임“밥먹듯 문화향유 가깝게”
  • 월간리치
  • 승인 2016.09.02 11:56
  • 호수 9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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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88년 대한민국 첫 복합아트센터로 선보인 예술의전당 설립 28년 만에 처음으로 연임에 성공한 고학찬 사장. “누구나 쉽게 삼시 세끼 밥 먹듯 맘 편히 즐길수 있는 예술의전당으로 가꾸겠다”고 강조한다. 앞으로 2년 반 동안 예술 향기의 대중화에 앞장 설 고 사장을 리치에서 만나 구상과 포부를 들어봤다.

“국민 모두가 문화와 예술로 행복해 질 수 있는 나라로 발돋움하기 위해 예술의전당부터 누구나 쉽게 문화공연과 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문턱을 없애려 합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3월 연임을 허했다. 예술의전당이 1988년 선보인지 28년 만에 처음으로 연임에 오르는 영예를 얻었다.
고학찬 사장은 오는 2019년 3월 14일까지 약 2년 반 남은 임기 내내 문화예술 향유의 대중화 에 구슬땀 흘리겠노라 강조한다. 
지난 2013년 3월 제14대 사장에 올랐던 고 사장은 지난 3년 남다른 행보와 업적으로 ‘문화융성’에 큰 기여를 했다.
국내 처음으로 우수 레퍼토리 공연을 영상화해 국내·외에 상영하는 공연영상화사업 삭온스크린(SAC ON SCREEN)을 추진해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또한 서예계의 오랜 숙원인 서울서예박물관의 리모델링을 마무리하고 서울서예박물관을 재개관하는 등 굵직한 성과를 남긴 장본인이다.
연임사실이 알려지자 문화예술계 안팎에선 우리나라 문화예술 저변을 확대하고, 일상 속 문화융성은 물론 국민 문화복지 증진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다양한 사업들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국민 삶 속 저변확대 온힘

고 사장은 “문화가 국민의 삶 속에 파고드는 ‘문화융성’이 이뤄진다면 장기적으로 국가에 이로운 일”이라며 특정 엘리트나 소수 전문식견이 있는 사람들만 즐기는 예술로 머물러선 안 된다고 강조하는 사람이다
처음 취임한 뒤 그는 고민 끝에 문화의 저변 확대를 최고의 목표로 세웠다고 한다. 취임 반년쯤 지난 2013년 가을 무렵 발표한 것이 ‘SAC ON SCREEN’ 계획을 발표했다.
예술의전당이 선보였던 예술문화 콘텐츠를 영상에 담아 보급하는 사업이었다. 서울까지 찾아 올 수 없는 사람들이 예술의전당 아닌 곳에서도 친숙하게 접할 수 있게 하려는 속 깊은 배려였다.
예술의전당에서 막 올렸던 오페라와 발레 등 공연을 녹화해 영상으로 제공하니 먼 섬 마을에서도, 외국에서도 예술의전당 무대에 오른 공연을 영상으로 볼 수 있도록 했다.
오페라 공연 때마다 아는 사람들만 찾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즉시 더 많은 사람들이 문화예술 향유 기회를 누릴 수 있게 하는 일에 온통 관심이 쏠려 있었던 것이다. 
이런 마음 씀씀이 때문에 SAC 사업이 1년 정도 이어졌을 무렵 고 사장은 울릉도의 한 초등학생이 보낸 손 편지 한 통을 받았다. 군민회관에서 발레 ‘호두까기 인형’을 봤다는 소녀는 “태어나서 발레를 처음 봤어요. 저도 발레리나가 되고 싶어요”란 사연을 보내왔다.


“긴 호흡으로 문턱 없앨 터”

연임에 성공한 것에 대해서는 “좋은 선례를 남기게 돼서 기쁘다. 28년 동안 14번 바뀌었으니 역대 모두의 임기가 평균 2년도 못 된 것이니 장기적 계획을 세울 수 없었을 것”이라며 “문화격차 해소처럼 긴 호흡이 필요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제대로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라는 분부를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소수만 즐기는 예술의 문턱을 모두 없애겠다고 다짐했다. 소외계층, 외국인, 동네 주민 등이 다 함께 즐기는 공연문화를 뿌리내리게 하겠다는 게 포부다.
SAC ON SCREEN 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 ‘영상으로 공연을 공짜로 보여주면 누가 보러 오겠느냐’고 반대했지만 이제 정착한 것처럼 길게 내다보고 더 뜻깊은 사업을 펼치겠다고 다짐한다.


문화인구 문화수요 키운다

고 사장은 “결과적으로 ‘문화 인구’의 층을 두텁게 하고 ‘문화 수요’를 늘리는 장기적인 효과를 꾀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10~30대 젊은 층 가운데 뮤지컬은 여러 편 봤다는 사람은 있어도 오페라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 사람이 많다는 사시을 깨닫고 느낀 바가 많았다고 한다.  “오페라 한 편 제작하는 데 10억원 정도 듭니다. 시간도 많이 필요하고요. 그런데 관객은 많아야 5000명입니다. 젊을 때 한 번도 본 적 없는 공연을 나중에 나이가 들어 관람 티켓을 살돈이 많아진들 보러 오려 하겠습니까?”
바로 그래서 일상에서 예술을 가까이하고 문화생활을 즐기는 문화 인구를 두텁게 늘리려 애쓰는 것이라는 이야기다.  


나이지리아 사람들 울린 콘서트

그가 선보인 또 하나의 역작 가곡콘서트 사례도 빼놓을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 자생적으로 꽃피웠던 가곡에는 우리 고유의 정서가 많이 담겨 있기 때문에 향수를 품고 있는 어르신에서부터 접할 기회가 적었던 청소년들도 재미 있게 즐길 수 있도록 기획했던 겁니다.”
그런데 가곡콘서트는 내국인들에게 격조 높은 문화예술 체험을 하게 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외국인들로부터 호평을 받는 성공적 역할을 맡았다고 한다. 
“해외 한국문화원을 통해 25회 상영했는데, 생각한 것 이상으로 반응이 정말 좋습니다. 동포뿐만 아니라 현지 사람들도 많이 봤습니다. 게 중에는 아프리카에서도 우리 공연에 관심을 보여서 깜짝 놀랐습니다. 국내에서는 가곡이 인기가 시들하잖아요. 나이지리아에서 영어로 자막을 넣은 ‘가곡의 밤’ 공연 영상을 보여줬더니 젊은이들이 눈물을 흘리며 듣더라고요.”
나이지리아 관객들의 반응이 좋았던 것에 대해 고 사장은 “가곡에는 전쟁, 가난 등에 대한 한과 때로는 그리움의 정서가 묻어있어서 현재 아프리카의 사회·경제 상황과는 맞아 떨어진 것이죠. 우리 고유의 멋이 깃든 콘텐츠라서 세계에서 통하는 또 하나의 사례였고 바로 이런 게 ‘공연 한류’ 아니겠습니까.”


군인들 ‘문화휴가’ 제안할 것

여기다 그는 “군인 대상 문화휴가제도를 국방부에 공식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년에 네 번 정도 문화휴가를 주고 그 휴가증을 가져오면 관람료를 40~50% 할인해 주자는 구상이다. 60만 대군 대부분이 긴 시간 동안 문화와 담을 쌓고 지내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워서 생각한 사업이다. “저는 ‘문화가 있는 군대생활’을 제공하는 편이 ‘강군 육성’에 더욱 도움이 된다고 믿습니다. 공연계에도 잠재 고객을 더 많이 확보해 공연예술의 폭과 깊이가 커지는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겁니다.” 지치기 쉬운 군 복무 기간 중에 문화예술 체험을 겪으며 큰 위로를 받으면 제대하고 나서도 문화 향유에 적극적인 일류 시민으로 자연스럽게 합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마음이다.


음악분수 푸드트럭 거리공연 파격

그가 취임한 이후 예술의전당 공간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예술의전당 문화광장에 설치된 음악분수가 대표적이다.
“이것도 문턱 없애기의 일환입니다. 예술의전당 안 음악분수 옆에 아이스링크를 조성하고 푸드트럭도 들였죠. 여기서 버스킹공연(거리공연)도 합니다.”
예술의전당 하면 ‘비싼 공연 보는 곳’이라는 통념을 깨고 가까이 사는 동네 주민이나 시민들이 편히 들를 수 있도록 하자는 생각에 큰 변화를 줬다.
“맛있는 것 사먹으면서 공짜로 가곡이나 동요 공연을 보면 한결 편하게 느껴질 것 같았어요. 겨울에는 아이스링크에서 아이들 웃음소리가 들리니 훨씬 정감도 있습니다. 예술의전당을 ‘서울 시민의 뒷마당’으로 가꿀 겁니다.” 


콘텐츠의 질 높이려 동분서주

하지만 모든 걸 혼자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를 비롯해 많은 예술가들이 저렴하면서도 수준 높은 공연을 보여주려는 마음이 굴뚝같지만 하루 이틀, 한 둘이서 하는 노력으로 성에 찰 수 없다는 걸 잘안다.
그래서 일단 대관업무 비중을 낮추고 자체 콘텐츠 제작 비중을 현재 20%에서 30%로 늘릴 계획이다.
“공익성을 고려하고 다 같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제작할 거예요. 이를 위해 기업의 적극적인 문화 후원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정부 예산에 의존하면 예술가들이 눈치 보기 바빠져요. 예술이 독립적으로 발전하기 어려워지죠. 그래서 민간 투자가 필수입니다. 최근에는 중소기업의 참여도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조금씩 인식이 확산되고 있어 다행입니다.”
문화기부를 활성화 하기 위해 예술의전당은 후원 기업들의 이름을 부각시켜주는 정성을 기울인다. IBK챔버홀, CJ토월극장 등이 좋은 예이고 한화그룹이 후원하는 교향악축제 이름은 ‘한화교향악축제’다. “문화 기부를 통한 기업이미지와 브랜드 홍보 효과는 엄청납니다. 대중의 머릿속에 그들의 이름과 이미지는 오랫동안 남을 테니까요.”

30주년 땐 ‘문화의 숲’ 조성 꿈

2018년 30주년을 대비한 구상도 심도 깊게 다듬고 있다.
“30년을 되돌아보는 프로그램을 제작할 예정입니다. 그동안 했던 공연을 한 무대에서 모두 조망하고 예술의전당에서 데뷔한 예술가도 부르고, 초연 작품도 다시 무대에 올릴 겁니다.
‘예술가의 숲’을 조성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음악분수 뒤에 작은 동산이 있습니다. 이곳을 산책하면서 예술가의 작품을 감상하고 그의 삶도 되돌아볼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공연의 감동을 고화질 카메라에 담겠다는 별난 발상으로 문화 인구 증강에 앞장선 고학찬 사장의 파격 행보에는 그의 첫 직업에서 단련한 경험이 컸다. 한양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뒤 그가 취업한 곳은 옛 동양방송(TBC)이었고 1970년부터 8년 동안 PD로 일했다. 이후 제일기획 Q채널 제작1부 국장, 삼성영상사업단 방송본부 국장을 거쳤던 영상분야에 대한 안목과 감각이 공공예술기관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일을 낳은 셈이다.
무엇보다 공연예술계 출신이 아니었지만 그의 진심어린 노력은 앞으로의 성과를 더욱 기대하게 한다. “예술의전당이 지금의 위상을 갖춘 것에 안주하지 않을 겁니다. 더욱 좋은 문화콘텐츠와 서비스를 문턱 없이 제공하는 아시아 대표 문화예술기관으로 도약하고픈 꿈을 이루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예술가에게는 예술적 영감이 샘솟고 관객들과 예술의전당을 찾아온 시민들께는 잊지못할 감동과 만족감을 드리는 문화융성의 본산으로 함께 하려 애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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