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30 16:39 (화)
김도연 포스텍 총장 “교육을 바꿔야 4차 산업혁명 이긴다”
김도연 포스텍 총장 “교육을 바꿔야 4차 산업혁명 이긴다”
  • 월간리치
  • 승인 2016.10.09 16:11
  • 호수 9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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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한 나라에선 모두가 4차 산업혁명에서 주도권을 잡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그 어떤 분야에서도 앞서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비단 최근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게다가 진정한 원인이 바로 교육시스템에 있다는 포스텍 김도연 총장의 지적은 폐부를 저미기에 충분하다. 리치에서 세계경제연구원 조찬 강연에서 김 총장의 내용을 간추려 본다.

“자율주행차, 인공지능, 블록체인 등 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 핵심영역에서 앞서 가는 분야가 없습니다.”
“지금 전 세계 7세 이하의 어린이가 사회에 나가 직업을 선택할 때가 됐을 때면 그 중에 65%는 지금 우리 주위엔 없는 직업을 갖게 됩니다.”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하면 직업이 어마어마하게 변할 것”인데 우리나라는 창의력을 기를 수 있는 교육시스템을 갖추지 못하고 있어 따라잡을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1차는 증기기관, 2차는 전기와 자동차, 3차는 컴퓨터와 인터넷, 과거의 산업혁명 키워드는  1~2개에 불과했지만 4차 산업혁명은 빅데이터·인공지능(AI)·3D프린팅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려울 정도입니다. 예전처럼 배워서는 급변하는 세계에 적응할 수 없다는 게 자명하지 않겠습니까”


발상의 전환부터 촉구

김도연 포스텍 총장은 2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세계경제연구원 주최 조찬 강연회에서 4차산업혁명을 도약의 기회로 만들기 위한 발상의 전환 그리고 교육 개혁 방향을 심도 깊게 제시했다.
김 총장은 “4차 산업혁명은 승자가 독식하는 구도가 될 것”이라며 “추격보다 선도가 중요한데 한국이 위기를 제대로 체감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일침을 가했다.
우리나라에서 4차 산업혁명이 중요한 화두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은 고작 지난 1월 세계경제포럼(WEF, 다보스포럼)에서 집중부각 된 이후다.
클라우스 슈밥 WEF 회장은 국내 한 일간지와 인터뷰에서 “4차 산업혁명은 우리가 대화하는 방식, 물건을 만들고 사고 파는 방식, 공간을 이동하는 패턴까지 통째로 바꿀 파괴적 변화”라며 “산업과 일자리는 물론 인간의 정체성에 관한 복잡한 문제들을 던질 것”이라고 말한 것처럼 엄청난 변화가 복잡다단하게 펼쳐질 것이라는 지적은 새삼스럽지도 않다.


교육이 가장 먼저 바뀌어야

김 총장은 이미 벌써 가파르게 진행되기 시작한 거대한 변화에 우리나라가 뒤처지지 않기 위해선 교육시스템 개혁이 가장 먼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이며 교육에서 특히 중요한 요소로는 창의력”이라는 주장을 폈다.
더군다나 우리나라 또한 100세 시대로 진입했기에 늦출 수 없는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은 대학 졸업 후 한 직장에서 30년 일하고 은퇴했지만 앞으로는 90∼100세까지 여러 직업을 가지면서 일해야 하는 시대가 온다. 100세까지 일할 때 중요한 것이 창의력인데 우리 교육은 창의적 인재를 육성하는 데 심각한 한계를 갖고 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창의력 기르는 교육으로

그는 WEF의 보고서를 인용해 현재 7세 이하 어린이가 사회에 나가 직업을 선택할 때가 되면 65%는 지금은 없는 직업을 갖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미래세대가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느냐 마느냐 이전에 최소한 산업구조 변화에 따라 직업을 갖고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라도 교육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지론이다.
그렇게 하려면 “아이들의 창의력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교육의 틀을 확 흔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부모의 마음부터 바꿔야

그는 4차 산업혁명기에 적응하는 필수 자질로 창의성·지식·상상력·경험·휴머니즘을 꼽았다.
김 총장은 “전공 하나를 익혀 30년 일하고, 은퇴하는 시대는 이미 끝났다”며 “앞으로는 100세 이상 살면서 100년 동안 창의력을 발휘하며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 시스템 개혁을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 그는 “수학능력시험 등 각종 평가제도부터 개혁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오지선다형 방식의 평가 방법은 창의력을 기르는 측면에서 최악”이라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객관식 시험을 치러 1~2점으로 당락을 가르는 평가 방식을 고집하면, 가르칠 때도 획일적인 사고를 강조할 수밖에 없는 구시대적 시스템이라는 소리다.
“논술 문제는 주관적 평가를 할 수밖에 없는데 한국 사회나 부모들이 이를 믿고 용납하지 않으니 창의력을 키우기 위한 교육이나 평가는 포기할 수밖에 없다” 고 그는 진단했다.
또한 “부모들은 아이가 서울에 있는 좋은 대학에 가야 행복할 것이라는 미신에 빠져 있다 보니 경쟁적으로 선행학습을 하고 학교에서는 잠만 자게 된다”며 “결국 학부모의 생각이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을 바꾸려면 평가방식이 바뀌어야 하고 평가방식을 바꾸려면 부모의 마음이 바뀌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대학, 입시·전공제도 손보자

때문에 김 총장은 프랑스 대입자격시험 바깔로레아 형태의 논술형 평가 중심으로 시스템을 바꾸자고 제안했다.
공신력이나 학부모의 불신 등 현실적인 문제가 있지만 ‘현재의 오지선다형 방식으론 안 된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쌓아서 창의력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4차산업혁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대학의 천편일률적인 단일 전공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미 그는 최근 포스텍 개교 30주년을 맞아 내놓은 혁신안에 상당부분 반영했다.
혁신안에 따르면 포스텍은 내년부터 신입생 320명 전원을 ‘무(無)학과 전형’으로 선발한다. 학생들이 1년간 여러 전공을 경험하면서 자신의 적성을 찾도록 하고, 동시에 교수 사회의 전공 이기주의도 뿌리 뽑겠다는 복안이다.
그는 이날 강연에서도 “그 분야의 깊고 넓은 지식 위에 만들어지는 창의력이 진정한 창의력”이라며 굳센 신념을 내비쳤다.

신선한 충격 폭넓은 공감

이날 강연을 받아들이는 청중의 심정은 사공일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의 코멘트가 잘 대변해 준다. 사공 이사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엔 학벌보다 직업능력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며 “4년제 대학 특정 전공 중심의 교육에서 탈피해 평생교육 체제로 빨리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서울대 재료공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블레즈파스칼대(클레르몽페랑 제1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재료의 물성을 연구하는 재료공학 중 무기재료(세라믹)공학의 국내 최고 권위자로 꼽힌다. 초대 교육과학기술부 장관과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을 거쳐 지난해부터 포스텍 총장 자리를 맡았다. 현장 엔지니어를 정교수로 채용하는 파격을 선보인 일화는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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