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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왕의 한글과 걸리버 여행기(구로병원 내분비내과 백세현 교수) “자주 손 씻고, 자주 걷자”
세종대왕의 한글과 걸리버 여행기(구로병원 내분비내과 백세현 교수) “자주 손 씻고, 자주 걷자”
  • 월간리치
  • 승인 2011.02.26 08:13
  • 호수 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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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수명 47세. 태조에서 순종까지 조선의 왕들 27인의 평균수명이다. 세종대왕이 53세에 당뇨와 비만으로 사망했고 전신의 종기로 고통을 받았던 세조는 51세, 황음무도했던 연산군은 31세에 유명을 달리했다. 소박하고 검소한 생활의 영조대왕만이 83세로 장수했을 뿐 50세를 넘긴 왕들은 10여 명, 환갑을 넘긴 왕들은 겨우 6명에 불과했다. 요절한 왕의 사인 중에는 독살설도 있지만 어째서 조선의 왕들은 대부분 장수하지 못했을까.

생활습관으로 단명했던 왕들
 
과도한 업무와 스트레스, 왕권을 세우기 위한 신하들과의 갈등, 과음과 운동부족, 기름진 식사습관 그리고 부족한 위생관념은 이씨조선의 왕들을 천상천하의 1인자인 왕으로서 오래 살 수 있는 기회를 빼앗아 가버렸다.
세종이 80세까지 살았더라면 우리에겐 한글 말고 어떤 선물이 유산으로 남겨졌을까. 유명한 소설 걸리버 여행기를 쓴 아일랜드의 조나단 스위프트는 당시로는 드물게 78세까지 장수했다(1667∼1745). 그가 만일 요절했더라면 우리는 걸리버 여행기를 읽지 못했을 것이다.
미국 뉴욕의 관광 포인트의 하나로 세인트 패트릭성당과 동일한 이름의 성당이 아일랜드 더블린에 있다. 조나단 스위프트는 이 성당에 영면해 성당 바닥에 그의 묘비가 있고 그 옆에 그의 일생의 기록이 안내되어 있다.
재미있는 것은 조나단의 묘비 건너편에 작은 별모양의 스텔라라는 여성의 묘비가 함께 있는데 여기에는 사연이 있다. 당대에 조나단은 소설가였을 뿐만 아니라 재산과 권세, 지위를 가진 힘 있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그는 사제의 신분이었음에도 나이 어린 스텔라라는 소녀를 애인으로 두어 그녀를 지극히 사랑했으나 아쉽게도 스텔라는 병을 얻어 젊은 나이에 요절했다.
그녀를 너무나 사랑한 조나단은 자기가 죽은 뒤에도 그녀와 함께 있고 싶어 일찍 사망한 그녀의 신분을 편법으로 고쳐서 일반인이 묻힐 수 없는 교회에 그녀를 안장했다. 인간의 어리석음과 끝없는 욕망을 보는 것 같아 입맛이 씁쓸하다.
당시의 세도가였던 조나단은 그 당시로는 매우 오래 살아 장수를 누린 편이었는데 그 비결이 몇 가지가 짐작된다고 기록되어 있다. 우선 조나단은 걷기를 좋아해 운동을 매일 거르지 않았다고 하며 계단오르내리기를 즐겨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걷기를 지속했다고 한다.
그는 또 섭생도 현명하게 했을 뿐만 아니라 당시로는 드물게 결벽증적 위생관념으로 손씻기를 자주했다고 한다. 당시 관념으로는 얼마나 지나치게 손씻기를 했으면 그 사실이 기록으로 남아 있을까하고 웃게 되지만 사실 그것은 매우 중요한 건강지킴이 행동이 되었던 것 같다.
항생제나 소독약이 없던 당시에 세균감염의 확률을 줄이는 조나단의 손씻기는 그의 장수에 분명 중요한 역할을 했으리라 믿는다. 손씻기는 최근에도 매우 중요한 건강관리법이 하나로서 자주 손을 씻으면 감기 등 여러 감염질환을 피해갈수 있다.
면역성이 떨어진 중환자들을 돌보는 유수한 대학병원 중환자실의 모든 환자 앞과 모든 병실입구에 손을 소독하는 세척제를 상비해 손씻기를 권고하고 있다. 더구나 최근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신종인플루엔자의 최선의 예방법의 하나가 손씻기라고 알려지고 있다.

손씻기와 운동이 장수의 비결

결국 우리가 오늘날 걸리버 여행기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수백 년전 조나단 스위프트가 열심히 손을 씻고 열심히 걸었던 덕이다. 그의 장수 비결은 손씻기와 걷기였던 것이다.
조선시대 세조가 손씻기를 자주 하고 세종이 절제된 식사를 하고 자기발로 많이 걸었더라면 성군의 시대가 연장되어 한글이외의 수많은 업적을 이루어 국가기반을 다지는 행운을 가졌을 수도 있으며 우리는 이씨조선시대에 이미 강성 대국이 되었을지 모른다.
훗날 지금 저 한강변을 걷고 있는 우리시대의 누군가가 우리자손에게 한글보다 더 소중한 무엇을 남겨줄 것인가 궁금하다. 건강한 국민이 건강한 나라를 만든다. 몸이 건강해야 건강한 정신과 행복이 따른다. 검소하고 적절하게 먹고, 많이 걷고, 손을 자주 씻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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