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3 10:04 (화)
글로벌 미술시장 입문기
글로벌 미술시장 입문기
  • 유지선 프랑스특파원
  • 승인 2023.05.02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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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시장 구조와 2023년 동향

 

2023년 들어서면서 프랑스는 유래없는 정치적·사회적 혼란을 겪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이 추진하는 연금 개혁과 
이를 통과시키기 위한 강행수단(프랑스 헌법 제49조 3항: 해당 조항은 긴급한 상황일 경우 각료회의에서 통과된 법안을 총리의 책임 아래 의회의 투표 없이 통과시킬 수 있도록 하고 있다)이 큰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대중교통과 항공·철도 공사를 비롯해 쓰레기 운반업자들의 파업, 그리고 일부 과격 시위와 경찰의 무력 충돌 등으로 온 나라가 몸살을 앓았다. 글로벌 경제위기와 함께 동반되는 이러한 극심한 혼돈기를 겪는 국가는 프랑스뿐만이 아니다. 미국과 중국, 영국 등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둘째 치고, 국내에서도 불안한 뉴스들이 하루 종일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혼돈의 시대 속, 안전망은 과연 있는 걸까. 역사적으로 경제 침체가 봉착할 때면 투자자들은 손쉽게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에 기대왔다. 개중 대표적으로 손꼽혀 온 것이 바로 미술품이었다. 그렇다면 미술시장은 어떤 곳이며 
어떤 구조를 하고 있을까? 

2022년 기준 글로벌 미술시장 규모는 약 678억 달러(한화 88조1318억 원)에 이른다. 지난 2021년에 비해 31% 성장한 수치이며, 글로벌 경기 침체에도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출처: ‘The Art Market 2023’ Art Basel & UBS). 또 지난 1월 문화체육관광부가 예술경영지원센터와 함께 ‘2022년 미술시장 규모 추산 결과’를 발표하면서 지난해 미술시장은 역대 최초로 미술품 유통액 1조377억 원을 달성해 2021년 7563억 원보다 37.2% 성장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수치들이 증명하듯 미술시장은 코로나19로 인한 침체기에서 점차 복귀하는 중이다.
그렇다면 이 수치들은 어디에서 관찰할 수 있으며 미술시장을 구성하는 뼈대는 무엇일까.


미술시장의 기본적인 뼈대는 ‘구매자’와 ‘판매자’로 구성된다. 구매자는 개인부터 기업, 기관, 그리고 정부까지 아우르는, 작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측이다. 판매자는 작품을 직접 제작하는 아티스트, 아티스트의 작품을 위탁해 판매하는 갤러리, 갤러리들이 한데 모여 진행하는 행사인 아트페어, 개인 또는 갤러리 등에서 작품을 받아 경매에 올리는 옥션회사, 그리고 개인적으로 작품을 소장하는 컬렉터 등을 꼽을 수 있다. 여기에 구매자와 판매자의 다리 역할을 하는 중개인들도 있다. 이들은 아트 컨설턴트, 아트 딜러 등으로 불린다. 이들은 구매자로부터는 작품 투자 컨설팅부터 구매 진행 등을, 판매자로부터는 판매에 관한 컨설티과 판매 진행 등을 의뢰받는다.


시장을 구성하는 이 5가지의 구매 루트를 두고 ‘제1시장’과 ‘제2시장’, ‘제3시장’ 등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구매자와 아티스트 간의 직접 거래는 제1시장, 갤러리 또는 옥션사 등의 중개자가 있을 때는 제2시장, 제3시장에 해당한다. 아티스트의 손에서 작품이 떠나고부터 위탁처나 소장처를 거칠수록 시장이 달라진다는 뜻이다. 물론 제2시장, 제3시장으로 들어가면 구매자와 아티스트 간 중개인이 많으면 많아질수록 작품 가격에 수수료가 더 추가된다.


그러나 최근 수년 사이 기존 시장 논리에서 벗어난 NFT(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 토큰) 출현으로 미술시장 또한 조금씩 다양성이 더해지고 있다. 그러나 명품, 자동차 시장 등의 다른 업계와 비교해 구매자와 판매자의 시장이 한정적인 시장이다 보니 시장의 폐쇄적인 성격은 피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미술시장의 확장을 위해 미술업계의 고민은 늘 대중성과 예술성, 역사성(문화적 가치)의 조화, 그리고 새로운 인구의 유입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새 인구의 유입을 위해 18세기부터 존재해 온 것이 바로 프랑스에서부터 시작한 ‘살롱’ (Salon) 문화, 오늘날의 ‘박람회’와 ‘아트 페어(Art fair)’다.


아트 페어야말로 현재 미술시장에서 대중에게 잘 알려진 행사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세계 각국의 갤러리가 한데 모여 약 4일간 부스를 차려 참여하는 박람회다. 유명 갤러리부터 중소, 신인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갤러리에서 선보이는 수많은 아티스트와 작품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아트페어의 규모는 저마다 다르다. 적게는 30여 개에서 100개가 넘는 부스를 수용할 수 있는 컨벤션 홀 규모의 회장에서 주로 개최된다. 한 통계에 따르면 2019년에는 한 해에 약 300여개의 아트 페어가 개최된다고 하며, 아트 페어의 규모는 소규모부터 대규모까지 다양하게 존재한다. 


또 아트 페어마다 테마가 있을 수 있다. 고대미술, 현대미술, 사진, 그림, 디자인 등 한 장르에 특화된 곳들도 있다. 대형 아트 페어는 테마 또는 시장별로 행사를 나누기도 한다. 예컨대 뉴욕과 런던, 그리고 서울에서도 열리는 ‘프리즈 아트 페어(Frieze Art Fair)’를 들 수 있다. 아트 페어는 작품 판매 외에도 갤러리들에게 있어 지역·국가에 국한되지 않은 새로운 고객층과 네트워크를 형성할 기회이기도 하다. 이는 작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구매자들에게도 마찬가지다. 미술시장이 성장해 감에 따라 아트 페어는 더 이상 단순한 트레이드 쇼가 아닌 한 도시와 나라의 상징적인 대형 문화 행사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이중 전세계적으로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치는 아트 페어는 스위스 바젤을 중심으로 홍콩, 마이애미에서도 열리는 아트 바젤(Art Basel)이다. 아트 바젤은 2021년 프랑스 파리의 상징적인 아트 페어 ‘피악’(FIAC: Foire Internationale d’Art Contemporain)을 인수해 새로이 리브랜딩한 파리+ 바이 아트 바젤(Paris+ by Art Basel)을 2022년 성공적으로 개최한 바 있다. 

아트 바젤 운영국은 매해 파트너사인 UBS와 공동으로 ‘더 아트마켓(The Art Market)’이라는 연간 미술시장에 대한 리포트를 발표한다. 올해 발표한 리포트의 일부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2022년 관측된 미술시장의 성장률은 대체로 초고가의 작품군과 유명 갤러리, 고가의 옥션 등 일명 ‘하이엔드(High end)’군에 집중돼 있다.
2.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인한 봉쇄의 영향으로 미술시장 매출액과 함께 시장 점유율이 하락해 2022년 시장 점유율은 미국 45%,

영국 18%, 중국 17%, 프랑스 8% 등을 기록했다.


3. 2021년에 133억 달러를 기록했던 온라인 시장 매출은 2022년에 110억 달러로 17% 하락해, 전체 시장 매출액의 16%를 기록했다. 이는 2020년 전체 시장의 25%까지 차지했던 것보다 하락한 수치다. 2022년에 대부분의 대규모 아트 페어와 옥션 등, 오프라인 행사들이 재개하면서 일어난 현상으로 고려된다.


4. 2022년 미술 NFT의 매출액은 전년도 29억 달러와 비교해 15억을 기록, 무려 49% 내림세를 보였다. 다른 분야보다 미술 관련 NFT의 보유 가치가 더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NFT 거래 플랫폼 이더리움의 전체 거래의 약 8%를 차지한다. 반면 2020년보다 2023년 NFT의 거래량은 70배 증가했다. (출처: ‘The Art Market 2023’ Art Basel & UBS, “5 Things We Learned from Art Basel and UBS’s Report “The Art Market 2023”” Arun Kakar, Artsy)

미술시장 보고서들에 따르면 2022년 미술시장은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보다 틀림없이 성장했지만, 2023년 전망에 대해서는 다소 의견이 분분하다. 곧 하반기로 접어드는 이 시기에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올라오는 글로벌 경제 침체 영향으로 미술시장의 전망은 불투명한 상태다. 펜데믹과 봉쇄 정책에도 불구하고 1,2년만에 다시 성장하는 시장의 탄력성을 기대하는 목소리와 함께, 이번 위기에서는 미술시장도 안전하지 않을 거라는 의견이 갈린다. 세계 경제의 흐름 속에서 결코 크다고 할 수 없는 시장이지만, 여러 전쟁과 경제 위기 속에서도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미술시장의 견고함에 희망을 걸어본다.  유지선 프랑스 특파원


유지선

2018년 파리 예술고등대학원 (IESA art & culture) 현대미술경영 석사 취득 후 다수 전시 기획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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